하모일기

하모일기04. 느긋하게

어띠 2020. 12. 18. 23:14

 

 

앞니는 이제 거의 다 빠진 것 같고 이제는 송곳니 차례인가 싶던 와중에

양치하다 잇몸에 피가 살짝 고인 걸 발견. 

강아지 유치는 보통 딱딱 or 쫀쫀한 걸 먹거나 터그 놀이를 하다가 잘 빠지는데 워낙 작고 삼켜버리는 경우가 많아 주의 깊게 살펴보지 않으면 손에 넣기가 어렵...

 

쌀알(앞니)을 갖고 싶었지만 내가 잃어버리는 바람에ㅜㅜ 아쉬운 대로 뾰족니라도,,

이번엔 꼭 갖고 말겠다...!

흰둥이 인형으로 열심히 터그놀이를 해줬더니 빠졌다!

 

이제 보니 저거도 앞니였네?
빵꾸 뽕
피둥이....
주...죽여주ㅓ.....

 

 

 

 

 

드디어 득템...!!!

 

 

 

 

 

 

이 빠지고 왠지 상심이 큰 것 같은 이하모

다 그러면서 크는거야 따

 

 

 

 

 

 

+

잃어버렸던 쌀알도 발견했다! 내 소듕한 쌀알♡

쌀알 올려두었던 곳 (남편 책상) 치우다가...ㅎㅎㅎ

교훈) 집을 잘 치웁시다

 

 

 

+

여기까지 써둔 게 벌써 3주 전

지금은... 이가 이만큼이나 모였습니다 ^_^

흰둥이에 피가 저 정도 묻은 건 아주 애교였고요. (뿌리 깊은 송곳니나 어금니 빠질 땐 진짜 피범벅)

 

하나하나 다 소즁해♡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하모는 분리불안이 없는 편이다.

내가 옷을 입고 외출 준비를 하는 동안 가만히 엎드려서 지켜보고(체념의 시간인듯..) '다녀올게-' 인사할 때도 낑낑대거나 짖지 않는다.

집을 나와서 곧바로 펫캠을 켜보면 금세 제일 좋아하는 창가 자리나 코끼리 인형 옆에서 자리를 잡고 이내 잠든다.

아주 초반에는 현관문을 바라보며 낑낑대기도 했고, 하울링을 한 적도 있지만 정도가 그리 심하지는 않았다.

혼자 두고 나오는 날엔 평소보다 더 신나는, 활동적인 산책을 하려고 하고 외출 후 돌아가서 하는 두 번째 산책도 마찬가지.

그럼에도 유난히 눈에 밟히는 날이 있다.

쉽게 잠들지 못하고 집 곳곳을 돌아다니거나 현관 앞에 웅크려 있곤 하는데 나를 찾는 걸까. 두려움을 느끼는 걸까. 그럴 땐 괜히 안절부절, 소득 없이 펫캠만 들락날락..

이따금 현관문 밖에서 낯선 소리가 들리는지 가만히 그쪽을 쳐다보고 있는 걸 우연히 보기라도 하면 이 아인 내가 없는 시간 동안 몇 번의 기대와 실망을 오갈까 하는 생각에 마음이 시큰하다.

그런 날은 늘 자던 자리로 돌아가 곤히 숙면을 취하는 걸 봐야 염탐을 끝낼 수 있다. 일정하게 들쑥날쑥 하는 배를 최대한 줌해서 몇분이고 가만히 바라보고 있으면 곧 나에게도 안정이 찾아온다.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사람은 늘 입을 조심해야 하거늘,

이제 하모 산책 짱잘해ㅠㅠ 입방정을 떨자마자 흡입+당기기 콤보 어택

 

산책 교육 중이신 보호자분덜,,, 모두 화이팅 ^.T (출처 네이버 웹툰 '개를 낳았다')

 

 

 

 

 

※ 이하모 산책 변천사

초기 : 산책을 하는 건지 뷔페를 온 건지 모를 정도로 산책시간 내내 땅에 코를 박고 자연식(낙엽/돌/모래/종이 뭐 기타 등등)을 잡숫고 다님. 급발진 + 노 깜빡이 + 버티기 등의 비매너를 고루 탑재. 집에 와서 돌을 토해 낸 적도 있음 (이 화상아...)

3주 전 : 최신형 다이슨 청소기에서 중국산 핸디 청소기로 흡입 성능이 저하됨. ‘안돼!’ 하면 포기할 줄도 알고, 걸음이 많이 차분해짐

2주 전 : 초기로 돌아감

 

… 후 ^_^

 

그래서 부랴부랴 앞섬 방지 하네스를 샀다.

하지만 모든 것에는 적응기간이 필요하여.. 다짜고짜 착용하고 나갔다가는 자기 몸에 걸쳐진 낯선 것에 온 신경이 팔려 하네스를 벗으려고 발버둥 칠 수 있기에

오래 먹는 간식들을 주면서 간식을 먹는 시간 동안 하고 있을 수 있도록 해줌

하네스를 한다? = 간식 먹는 시간!

 

오른쪽 입 이에 끼인거 같은데?

 

 

 

 

 

그리고 요즘은 이 하네스 덕을 많이 보고 있습니다.

하모가 점점 더 우리의 요구에 잘 따라주고 있기도 하고..!

 

하모 모색에는 주황색이 찰떡 (엄마 왕년에 신화창조)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아부지!!

오늘 또 약주하셨어??!!

 

 

 

 

 

 

어허이 방에 들어가서 주무세요!! 입 돌아가!!

얼굴 짜부된거 진짜 왜케 웃기냐

 

54세 정도 되신 줄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어린 아기는 배가 고파도, 아파도, 누운 자리가 불편해도 그저 으앙 울어버리는 게 다인 것처럼 말 못 하는 너도 분명 원하는 것이 있을 테지.

목줄은 불편해요. 배가 고파요. 다리가 아파요. 귀가 가려워요. 좀 더 푹신한 곳에서 자고 싶어요. 너와 평생을 함께 해도 말 한마디 나눌 수 없다는 것이 어쩐지 나는 벌써 서글프다. 

 

 

 

 

 

 

너를 데려온 건 어쩌면 우리의 욕심이 아니었을까. 우리보다 너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는 사람이 너와 함께 했다면 넌 지금보다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.

우리가 문제행동이라고 말하는 것들이 어쩌면 우리의 부족함으로 인해 부추겨진 것은 아닐까

오늘은 어쩐지 한 없이 미안한 밤

 

 

 

 

'하모일기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하모일기03. 생후 124일  (2) 2020.11.20
하모일기02.  (0) 2020.11.08
하모일기01. 동거 한달째  (2) 2020.10.25